
KDLC 정견발표에 김민석·송영길·정청래·고민정·김보미 총출동…8·17 전대 전초전
8월 17일 전당대회를 한 달여 앞둔 더불어민주당의 당권 주자들이 12일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여 비전을 겨뤘다.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자치분권민주지도자회의(KDLC) 정견발표에는 김민석 전 국무총리, 송영길·정청래 전 대표, 고민정 의원에 더해 '36살 평당원' 김보미 전 강진군의회 의장까지 5명이 총출동했다.
'5인5색'의 발표는 검찰개혁의 속도와 방법론을 둘러싼 노선 경쟁과 청년 후보의 작심 비판이 맞물리며 시종 뜨겁게 달아올랐다.
발표는 후보 성명 가나다순으로 진행됐다.
박승원 광명시장이 상임대표를 맡고 있는 KDLC가 자치분권을 화두로 마련한 자리인 만큼, 후보들은 저마다 지방자치와 풀뿌리 민주주의를 앞세워 당원 표심을 파고들었다.
그동안 출마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았던 정청래 전 대표가 이날 정견발표에 나서면서 사실상 출마를 굳혔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최대 쟁점은 '검찰개혁'…전면폐지 vs 신중론 온도차
이번 정견발표의 최대 격전지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그중에서도 검찰의 '보완수사권'을 어디까지 폐지할 것이냐였다.
후보들은 검찰개혁이라는 큰 방향에는 한목소리를 냈지만, 속도와 방법에서는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가장 강경한 쪽은 정청래 전 대표였다.
그는 "'보완수사 요구권으로 충분하다'가 아니라, 검찰 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은 국물도 남김없이 전면 폐지하는 것이 정답"이라며 "수십 년 논의해 온 사안이고 제가 다 공부했다. 책임지고 문제없도록 하겠다"고 못 박았다.
반면 고민정 의원은 신중론을 폈다. 고 의원은 "수사·기소 분리의 대명제는 유효하다"면서도 "성폭력 범죄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자인 경우엔 또 다른 수사기관의 크로스체크가 가능해야 한다"며 "일단 폐지하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하자는 것은 집권여당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김민석 전 총리와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민생범죄 수사 공백에 대한 대안이 무엇이냐"고 공개 질문을 던졌다.
이에 김민석 전 총리는 즉석에서 "저 역시 수사·기소 분리와 보완수사권 폐지를 원칙으로 생각해 왔고, 5월 전에 끝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면서도 "정치검찰의 뿌리를 뽑는 검찰개혁과 함께 민주적 통제·투명한 검증에 기반한 경찰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균형론으로 답했다.
검찰개혁을 둘러싼 세 후보의 신경전은 이번 전당대회 노선 경쟁의 축소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청년 김보미의 '반란'…"공정·민주·세대교체 없는 민주당"
현장 열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것은 최연소 주자 김보미 후보였다.
입당 13년차로 28세 최연소 군의원과 전국 최연소 의장을 지낸 그는 "청년들이 민주당을 떠나는 이유는 공정이 없고, 민주주의가 없고, 세대교체가 없기 때문"이라며 당 지도부를 정면으로 겨눴다.
김 후보는 자신의 강진군수 공천 과정을 거론하며 "증거도 소명 기회도 없이 규정을 바꿔 감산을 받았고, 경선 결과조차 공개되지 않아 지금도 몇 표를 받았는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어 당대표로 거론되는 세 후보가 모두 386 세대라는 점을 겨냥해 "이 나라 정치를 40~50년 독점할 권한은 없다"며 "다음 세대에게 넘겨줄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후보 등록 나흘 만에 세 명만 남기고 컷오프하는 방식은 청년에게 선거운동 기회조차 주지 않는 것"이라며 "제 도전이 3일 천하로 끝나더라도 끝까지 민주당의 미래를 위해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표 도중 지지자들의 환호와 야유가 뒤섞이자 김 후보가 "조용히 해달라"며 발언을 이어가는 장면도 연출됐다.
김민석 '승리론'·송영길 '글로벌 정당'·고민정 '책임정치'·정청래 '한뿌리 단결'
다른 후보들은 각자의 강점을 부각했다.
김민석 전 총리는 "총선·지선·대선 총괄본부장을 가장 많이 맡아 세 번 다 승리했다"며 "당대표가 되고 3개월 안에 국민의힘과 지지율 격차를 벌리겠다"고 '이기는 당대표'를 자임했다.
송영길 전 대표는 반도체·AI 강국론을 펼치며 "이재명 시대의 'AI 고속도로'가 새로운 생산 혁명을 열고 있다"고 진단하고, "국민과 싸우는 동네 정당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주권과 국익을 지키는 글로벌 정당으로 민주당을 발전시키겠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은 사흘간의 경북 순회 경험을 앞세워 "우리를 비난하는 이들마저 끌어안는 책임정치가 수권정당의 길"이라며 포용을 강조했다.
정청래 전 대표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지지자들이 '한뿌리 정신'으로 뭉쳐야 한다"며 단결을 역설하고, "네거티브는 하지 않겠지만 부당한 공격에는 정당방위로 맞서겠다"고 했다.
남은 변수는 '룰'과 컷오프
민주당은 16~17일 당대표 후보 등록을 받고 8월 1일 충청권을 시작으로 권역별 순회경선에 들어간다.
다만 결선투표(선호투표)제 도입과 청년 최고위원제 신설 등 전당대회 룰을 둘러싼 논쟁이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아, 예비경선(컷오프) 방식과 함께 막판까지 변수로 남아 있다.
이번 정견발표에서 확인된 검찰개혁 노선차와 세대교체 요구가 본경선에서 어떤 파장을 낳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