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문 닫으면 마을도 사라진다"… 정부 '통폐합 유도책'에 국회·시민사회 반발
[국회토론회 종합] 교육부 '교육혁신선도지역' 사업 쟁점과 대안 모색
"최대 400억 인센티브로 학교 폐지 유도… '단위학교 완결주의' 깨고 교육자치 조례로 맞서야"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 대응을 명분으로 추진 중인 '교육혁신선도지역' 및 소규모학교 정책이 사실상 학교 통폐합을 강제·유도하는 재정 효율화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터져 나왔다. 학교 폐교는 농어촌 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하는 만큼, 학교를 없애는 방식이 아니라 기능을 분산·공유하는 '학교 재배치'와 제도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9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의실에서 강경숙 조국혁신당 국회의원(국회 교육위원회 소속)이 주관하고 전국마을교육공동체활동가네트워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작은학교교육연대 등 전국 교육·시민사회 단체가 공동 주최한 「교육혁신선도지역사업의 쟁점과 대안 모색 - 지역을 살리는 교육혁신, 어떻게?」 국회토론회가 열렸다.
강경숙 의원은 환영사에서 "지역에서 학교는 심장과 같다. 심장이 건강해야 지역 구석구석이 숨을 쉰다"며 "학교를 없애는 것은 지역의 심장을 도려내는 것과 같다. 이제는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주민들의 목소리에 국가와 지자체가 책임 있게 답해야 하며, 국회에서도 입법과 예산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교육부가 지난 6월 발표한 「교육혁신선도지역 기본계획(시안)」과 「소규모학교 혁신을 통한 지역교육력 제고 방안」에 내포된 문제점을 정밀 분석하고, 실질적인 제도적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조 발제를 맡은 이종수 남해상주동고동락협동조합 이사장과 하정호 전남광주 교육자치운동연대 운영위원은 정부 정책의 모순을 정면으로 짚었다.
이 이사장은 "학부모 과반 동의 기준을 폐지하고 본교 폐지 시 초등 75억 원, 중등 130억 원 등 최대 400억 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를 거점·통합학교에 몰아주는 구조는 농어촌 학교의 자율적 존립을 위협하는 유도책"이라고 비판했다.
하정호 위원은 44년간 5,600여 개 학교를 없애고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이유로 "하나의 학교가 모든 것을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단위학교 완결주의'의 오류"를 꼽으며, 행정과 교육과정을 분할·공유하는 네트워크형 재배치 모델을 제안했다.
이어 현장 교사, 마을활동가, 정책 전문가들이 참여한 지정 토론에서는 통폐합의 허구성과 현장 대안이 집중 거론됐다.
이상근 충북 청천초 교사는 소규모 학교가 가진 높은 관계의 밀도와 생태 교육의 가치를 증언했다.
이 교사는 "소규모 학교는 관계의 밀도가 높아 한 아이도 소외되지 않는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교원 배치를 줄이다 보니, 시내 학교 40명이 나눌 행정업무를 7명이 도맡아 교사들이 탈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생 수 기준의 획일적 교원 배치를 즉각 철폐하고, 최소 운영 인력 보장제와 지역교사제 도입 등 질적 지원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민희 깨움마을학교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학교 폐쇄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사회적 비용 전가일 뿐"이라며 "작은학교는 상품이 아닌 국민의 '국가최소기준'인 만큼, 한국형 커뮤니티스쿨 시범사업과 읍·면 단위 범정부 융복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성원 Play AT 연구소장은 덴마크와 스코틀랜드 사례를 통해 폐교 전 합리적 대안 검토를 의무화하는 '폐교반대추정' 제도 도입을 제안했고, 이희진 전교조 경남지부 정책실장은 교육청의 권한을 중앙정부 예산으로 흔드는 교육자치 훼손 문제를 지적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단순한 정책 비판을 넘어, 시·도 단위에서 즉각 채택할 수 있는 8장 57개 조 규모의 「교육자치 기본조례(표준안)」이 전격 제안됐다. 조례안은 통폐합 결정 전 3년간 대체 수단 실행 여부를 입증하는 '대안 검토 보고서' 제출 의무화, 공동학교행정실 및 학교연합 구축, 읍·면 생활권 중심의 마을교육협의회 신설 등을 담고 있어 향후 지역 교육자치의 강력한 방파제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