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햇빛소득마을을 위한 마을공동체 지원방안](/_next/image?url=https%3A%2F%2Fcphcgtdyzpfypwzjtkas.supabase.co%2Fstorage%2Fv1%2Fobject%2Fpublic%2Farticle-images%2Farticles%2F1779620111056_jg2ec.jpg&w=1920&q=75)
"계통 연계만큼 마을 연계가 중요하다"
최인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 마을 공동체의 다섯 가지 내부 쟁점 해부
2026년 5월 22일 국회입법조사처 토론회 발제 요약
태양광 패널을 마을 지붕에 올리는 것은 기술의 문제다. 그 전기 판매 수익이 마을 안에 제대로 돌게 하는 것은 관계의 문제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최인수 연구위원은 두 번째 문제, 즉 '마을 연계'야말로 햇빛소득마을의 진짜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안군 사례를 출발점으로 삼아 전국 확산 시 반드시 마주치게 될 다섯 가지 내부 쟁점을 해부했다.
"전기만 팔 것인가, 햇빛소득으로 설계할 것인가"
최 연구위원은 발제를 두 개의 그림으로 시작했다. 왼쪽 그림에는 중앙집중형 발전이 에너지를 가져가고 지역에는 비용과 희생만 남는 구조가, 오른쪽에는 마을 단위 협동조합이 에너지와 이익을 함께 순환시키는 구조가 그려져 있었다. 질문은 단순했다. "당신의 마을은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
그러나 이 선택이 가능하려면 수익 흐름이 투명하게 설계되어야 한다. 최 연구위원이 제시한 핵심 비교가 인상적이었다. 정책금융(연 1.75%)으로 조달하면 마을에 충분한 수익이 남지만, 높은 금리 대출(4~5%)로 대행업체와 결탁하면 수익 대부분이 바깥으로 흘러나간다. "이 1~2% 금리 포인트 차이를 주민들에게 설명하느냐 마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모태 사례 신안군의 교훈 — 보이지 않는 숙제들
최 연구위원은 전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햇빛소득 사례로 꼽히는 신안군을 깊이 분석했다. 신안군이 남긴 성과는 세 가지다. 전국 최초 개발이익 공유 조례 제정, 정책적 예측 가능성 확보(사업자가 이익의 일정 비율을 주민에게 제공하도록 강제화), 그리고 인구증가 효과다. 이재명 대통령이 "햇빛과 바람은 지역의 공공자산"이라고 발언할 때 직접 언급한 곳이 신안군이다.
그러나 신안군에는 '보이지 않는 숙제'가 있다. 발전소가 없는 섬, 실제로 농사를 짓던 임차농의 생계 문제, 발전소를 설치할 경우 수확량 감소나 수수료를 둘러싼 분쟁이다. 신안군은 섬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단순했다. 전국의 내륙 농촌 마을은 그렇지 않다. 최 연구위원은 강조했다. "신안군은 섬이라는 지계(地界)가 결합된 특수성 때문에 성공했다. 판화 찍듯 구양리나 신안 모델을 찍어낼 수 없다."
다섯 가지 내부 쟁점 — 마을 안의 갈등 지뢰밭
최 연구위원이 제시한 다섯 가지 내부 쟁점은 현장에서 가장 격렬하게 터지는 갈등의 진원지들이다.
쟁점 1 — 부지 소유권과 이익 공유(지주 vs 비지주) 태양광 부지를 제공한 지주는 임대료와 배당금을 모두 원한다. 반면 땅이 없는 주민들은 "마을의 햇빛과 경관은 모두의 것"이라며 동일 배당을 요구한다. 외지 지주가 부지를 소유한 경우 마을 외부인이 수익의 상당 부분을 가져갈 수 있다. 영농형 태양광의 딜레마도 있다. 농사를 짓던 임차농이 임자농으로 바뀌면서 수확량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쟁점 2 — 배당의 정의와 형평성(원주민 vs 전입자) 수십 년 마을 생활을 지켜온 원주민 어른신들은 "어제 온 사람과 똑같이 배당받는 건 불공평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청년 전입자들은 이 논리가 자신들을 배제한다고 반발한다. 배당 비율을 거주 기간에 따라 단계화(25%→50%→100%)하는 방식도 있지만, 이것이 청년 유입에 장애가 될 수 있다. 세대 간 갈등도 잠재적 뇌관이다. 가구당 배당인지, 인당 배당인지에 따라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의 격차가 달라진다.
쟁점 3 — 권리의 상속과 전출입자 해결 주민이 사망했을 때 자녀가 도시에 산다면 배당권을 상속받는가? 이사(전출)했을 때 지분을 청산할 것인가, 동결할 것인가? 신규 가입자에게는 어떤 조건을 적용할 것인가? 법적으로 명확한 규정이 없어 마을 자치규약으로 정해야 한다. 자치규약 제정에는 수개월의 숙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공모 일정상 이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쟁점 4 — 기존 마을 조직과 협동조합의 권력 관계 마을에는 이미 이장 중심의 행정 조직, 노인회·부녀회 등 자생 조직이 있다. 새로 탄생한 '햇빛 협동조합'이 이 조직들과 어떤 관계를 맺느냐가 갈등의 씨앗이 된다. 이장이 협동조합 이사장을 겸하면 '간의 주도권 싸움'이 발생하고, 반대로 마을 사업 경험이 적은 사람이 이사장이 되면 투명성 부족과 불신이 싹튼다.
쟁점 5 — 갈등 관리 역량 부재와 기술 편향적 접근 주민들은 에너지 정책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없어도 된다. 그러나 금융 구조, 법률 정관, 배당 원칙에 대해서는 스스로 이해하고 결정해야 한다. 현재 정부와 기업의 지원은 '계통 연계' 기술에 집중돼 있다. 그러나 500개 마을 조성을 빠르게 달성하려다 보면 마을 내부의 갈등 관리와 자치규약 형성 과정이 생략된다. 갈등이 잠복된 채 가동을 시작한 발전소는 나중에 법정 분쟁의 씨앗이 된다.
"마을 연계를 계통 연계만큼 다뤄라"
최 연구위원의 결론은 명확했다. "정부와 기업은 '계통 연계'에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500개 마을 중 성공 사례는 '마을 연계', 즉 마을 내부의 신뢰와 자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는 수익구조가 아무리 좋아도, '마을 정수'를 전제 조건으로 확인하고 자치 규약이 되지 않으면 사업이 오히려 마을의 파괴된 50개 마을 중 성공 사례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체적 제안도 제시했다. 사업 신청 전 최소 6개월의 '마을 숙성 기간'을 제도화하고, 이 기간에 자치규약·배당 기준·갈등조정 절차를 마을 스스로 합의하도록 한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중립적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역 중간지원조직을 육성하고, 단순히 에너지 기술 컨설팅이 아닌 마을 거버넌스 구축을 전문으로 하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마을이 '가장 좋은 것'을 찾아 달려가는 구조, 즉 수익이 높은 발전소 용량만 쫓거나 빠른 허가만 쫓다가 마을 내 갈등을 뭍지 않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2026년 5월 22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토론회 자료집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관련 기사: 총론 / 발제① 부지·계통 / 발제② 경제성 / 토론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