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세 명이 국회에서 동시에 경고한 햇빛소득마을의 현실
2026년 5월 22일 '에너지전환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햇빛소득마을 개선방향' 토론회 종합
정부가 올해 700개, 2030년까지 3,000개 행정리에 조성하겠다고 밝힌 햇빛소득마을 사업에 세 방향에서 동시에 경고음이 울렸다. 지난 5월 22일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세 명의 전문가는 부지, 경제성, 마을 공동체라는 각각의 영역에서 지금 당장 바로잡지 않으면 사업 자체가 위태롭다는 진단을 내놨다.
발제① 배보람 — "한전 발전소도 계통에 못 붙는다"
녹색전환연구소 배보람 부소장은 사업의 물리적 전제 조건인 부지와 계통 문제를 집중 분석했다. 그가 제시한 전력계통 수용량 지도는 충격적이었다. 전남·전북 권역은 2026~2030년 현재 이미 계통수용량이 임박하거나 초과 상태다. 강원 삼척에서는 한전이 자신의 송전선로 옆에 직접 비용을 들여 지어 준 발전소조차 계통에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역 MBC를 통해 알려졌다. 배 부소장의 질문은 직격이었다. "한전 발전소도 못 붙는데, 햇빛소득마을 500개의 우선접속을 어떤 근거로 보장할 수 있겠는가."
정부가 내놓은 ESS 우회 경로에도 한계가 있다. ESS를 추가하면 설치비가 2~2.5배 증가하고, 지방정부 부담 40%는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 간 분담 비율조차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 기초 지자체일수록 이 40%가 사업 추진의 병목이 된다.
부지 문제도 만만치 않다. 배 부소장은 저수지·비축농지·국공유재산·마을 공유부지 등 네 가지 부지 유형을 분석하며,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공유재산 사용 기준을 표준화할 것을 촉구했다. 발전사업 허가 절차도 지자체마다 달라 마을 입장에서는 "안개 속을 걷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입법 움직임은 있다. 전기사업법·분산에너지법 개정안이 5월 19일 상임위를 통과해 1MW 이하 공익형 주민참여 재생에너지 사업에 계통 우선접속 권한이 생겼다. 그러나 이 혜택이 성장촉진지역 70개 군으로 한정돼 전체 시·군의 44.6%에만 적용된다. 배 부소장은 시행령을 통한 대상 확대를 즉각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제② 전대욱 — "1.75% 정책금융을 아느냐 모르느냐가 사업의 성패"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전대욱 연구위원은 경제성 분석을 통해 이 사업이 '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는' 구조임을 보여줬다.
1MW 규모 발전소 기준, 약 4천 평 부지에 총 사업비 13~16억 원이 소요된다. 기자재 6~7억, 토목 3~4억, 전기공사·인허가 2~2.5억, 기타 1~1.5억이다. 여기에 정책금융(연 1.75%, 5년 거치 10년 분할 상환)으로 조달하면 연간 원리금 상환 부담이 발전 수익으로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문제는 이 정보를 마을이 얼마나 제대로 전달받느냐다. 전 연구위원은 슬라이드에 이 메시지를 직접 담았다. "정책금융(1.75%) 설명만 잘 들으면 '되는 사업', 설명을 못 들어 일반 고금리 대출(4~5%)을 쓰면 '늪에 빠지는 사업'. 이 1~2% 포인트 차이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수익은 장기 고정가격계약 매전 수입과 REC 주민참여 가중치(총사업비 4% 이상 주민참여 시 최대 +0.2 가산)에서 나온다. 그러나 대행업체 수수료, 법적 안전관리비, 인버터 교체비 등 운영유지비를 초기부터 투명하게 산출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마을 내 갈등의 씨앗이 된다고 지적했다. 마을공동체 기반 지원체계 정비, 국공유재산 우선 사용 허가, 표준 수익 산출 모델 공개가 즉시 가능한 조치로 제안됐다.
발제③ 최인수 — "계통 연계만큼 마을 연계가 중요하다"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최인수 연구위원은 기술·재정 문제가 해결된 뒤에도 마을 안에서 반드시 터지는 다섯 가지 내부 갈등 지뢰밭을 해부했다.
부지 소유권 문제가 첫 번째다. 태양광 부지를 제공한 지주는 임대료와 배당금을 모두 원한다. 땅 없는 주민은 "햇빛과 경관은 모두의 것"이라며 동일 배당을 요구한다. 두 번째는 원주민과 전입자 갈등이다. 수십 년을 살아온 어른신들과 청년 전입자 사이의 배당 형평성 문제다. 세 번째는 주민이 사망하거나 이사 나갈 때의 지분 상속·청산 문제다. 법적 규정이 없어 마을 자치규약으로 정해야 하지만, 공모 일정상 이 숙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네 번째는 기존 이장·부녀회·노인회 조직과 새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의 권력 관계다. 다섯 번째는 갈등 관리 역량의 부재다. 정부와 기업의 지원이 '계통 연계' 기술에 집중된 사이, 마을 내부의 분쟁 조정 체계는 비어 있다.
최 연구위원은 전국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히는 신안군조차 "섬이라는 지계(地界)가 결합된 특수성 때문에 성공했다"며 내륙 농촌에 판화 찍듯 복제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그의 결론은 이 토론회 전체를 관통하는 한 문장이었다. "계통 연계만큼 마을 연계가 중요하다."
전남 장흥·보성, 조례는 있다 — 이제 실행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개발이익 공유 조례 현황에 장흥군과 보성군이 모두 포함됐다. 전남은 신안·진도·해남·장흥·나주·장성·영암·화순·보성·곡성·무안·영광 등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련 조례를 보유한 지역이다.
그러나 세 발제자가 공통으로 지적한 것처럼, 조례가 있다는 것과 사업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계통이 막혀 있고, 경제성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며, 마을 공동체가 내부 갈등에 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700개 마을이 빠르게 선정된다면, 전남 농촌 마을이 입는 피해가 가장 클 수 있다.
본 토론회는 일시: 5월 22일(금) 오전 10시 국회입법조사처 대회의실(421호)에서
박정현·정춘생 의원실, 국회입법조사처, 한국지방행정연구원,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전국풀뿌리자치행동네트워크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 기사는 2026년 5월 22일 국회입법조사처에서 열린 토론회 자료집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관련 기사: 발제① 부지·계통 / 발제② 경제성 / 발제③ 관계·자치역량 / 토론 요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