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플라밍고>: 위선의 질서를 파괴하는 추함의 독립선언-
김선아 (김포시민미디어연대 대표, 영화 평론가)
존 워터스의 1972년 작 '핑크 플라밍고'는 미(美)와 추(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가차 없이 해체하는 문제적 텍스트다. 이 작품은 단순히 저급한 유머에 탐닉하는 것을 넘어, 부르주아적 가식과 중산층의 견고한 도덕적 질서를 정면으로 타격하는 추함의 미학을 극단까지 밀어붙인다.
주연 배우 디바인은 화면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통해 세상이 규정한 추잡함을 당당한 주체성으로 전취하며 독보적인 아이콘으로 우뚝 선다.
특히 영화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마지막 장면은 단순한 충격 요법이 아니다. 이는 가공된 허위의 세계를 거부하고 날 것 그대로의 실재(實在)를 들이미는 광기 어린 선언이며, 유치하고 과장된 것을 지적인 저항의 도구로 삼는 캠프(Camp) 감성의 정수를 보여준다.
결국 이 영화는 누군가에게는 구역질 나는 불온서적일 수 있으나, 주류 사회의 위선을 찢어발기는 해방의 기록이기도 하다.
영화가 반드시 교훈적이거나 심미적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타파할 때, 비로소 이 지옥 같은 풍경 속에서 체제 전복적인 카타르시스를 발견하게 된다. 서사의 굴레를 벗어나 오직 이미지와 감각의 충격으로 관객을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발칙한 독립선언문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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