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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안달루시아의 개> 영화는 연극이 아니다

기자 이득규
2026년 4월 26일 AM 12:35 0
<안달루시아의 개> 영화는 연극이 아니다
<안달루시아의 개> 영화는 연극이 아니다 관련 자료 사진. ⓒ 다산어보

영화는 연극이 아니다

김선아 (김포시민미디어연대 대표, 영화 평론가)

빈틈없이 설계된 줄거리, 배우의 대사로 모든 상황을 설명하는 친절함, 인위적으로 감정을 고조시키는 극적 구성들은 연극 무대에 카메라 몇 대를 설치해서 단지 극장 스크린의 형식만 빌려온 ‘연극’에 가깝다.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은 스크린을 통해 영화의 본질을 말한다.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카메라 렌즈만이 포착할 수 있는 독보적인 시각적 전율.

부뉴엘은 영화가 ‘꿈’의 성질을 닮아야 한다고 믿는다. <안달루시아의 개>에서 면도날이 여인의 눈동자를 가르는 섬뜩한 첫 장면을 떠올려 보라. 거기에는 어떠한 논리적 설명도, 전후 사정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그 날카로운 시각적 충격은 수만 마디의 대사보다 더 깊숙이 우리의 무의식을 베고 들어온다. 꿈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개연성 없이도 강렬한 인상을 받는 것처럼, 영화 또한 서사를 앞세우기보다 이미지 그 자체로 관객을 압도해야 한다.

진정한 영화적 순간은 대사가 멈추고 오직 화면만 남았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에서 인물들이 목적 없이 끝없이 길을 걷는 기묘한 반복이나, 사물의 서늘한 질감이 강조되는 순간들, 연극적 무대를 이탈하는 카메라처럼, 영화는 때로 서사의 흐름을 배반할 때 가장 영화다워진다.

스토리에 종속된 카메라가 그저 배우를 뒤쫓는 관찰자에 머문다면, 영화 고유의 미학은 실종된다. 카메라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의 이면을 들춰내는 창이어야 하며, 화면은 그 자체로 발화하는 생명력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영화를 텍스트로 읽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마주한다. 줄거리를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 노동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이미지가 스스로 말을 거는 영화적 찰나를 만날 수 있다. 정형화된 틀 안에 가두는 연극적인 문법은 영화를 안전한 오락거리로 국한할 뿐이다.

“영화는 연극이 아니다”라는 선언은, 영화가 이제 줄거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독립 선언이다. 영화가 다시금 예술로서 우리에게 전율을 주려면, 설명하려는 강박을 버리고 이미지 그 자체가 주는 형언할 수 없는 감각의 세계로 투신해야 한다. 눈동자를 가르는 면도날처럼, 영화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찢고 들어오는 이미지의 예술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영화에 반드시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은 우리의 상식이 만든 오해일지도 모른다. 영화가 그림과 다른 지점은 그 이미지가 시간 속에서 살아 움직이며 관객의 무의식과 직접 충돌한다는 데 있다. 결국 영화에서 줄거리란 이미지를 실어 나르는 최소한의 도구일 뿐, 진정한 전율은 논리가 아닌 이미지의 리듬 속에서 피어난다.

  • 영화 소개
  • '안달루시아의 개(Un Chien Andalou)'는 1929년 스페인 출신의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과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í)가 공동으로 제작한 약 16분 분량의 무성 단편영화입니다. 초현실주의(Surrealism) 영화의 대표작으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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